지인의 결혼식이 있어서 포항에 왔다. 올 때는 차를 얻어타고 왔지만, 돌아갈 때는 포항에 계속 남기로 했다. 돌아가는 표는 따로 예약하지 않았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가련다.
포항에 가볼만한 곳을 검색해봤지만, 이미 작년에 갔다왔기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 들으며 맥주 한캔 마시다 여기저기 정처없이 돌아다니기로 했다.
포항시청 옆 UA컨벤션에 위치한 예식장에 갔다가, 승용차로 송도 해수욕장으로 같이 이동한 후, 그때부터 혼자 다니는 여행을 시작하였다. 역시 혼자 다니는 여행은 생각이 많아진다. 주위의 풍경이나 사람들도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되고, 또 저녁에 숙소가 정해지면 책도 많이 읽게 된다. 약간 심심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느리게 가는 이 기분. 좋다.
송도 해수욕장에서 그냥 아무 버스나 탔는데, 그게 131번 버스였다. 노선도를 보니 포항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간다. 근처에 찜질방도 있고, CGV도 있고, 홈플러스도 있었다. 각종 문화시설이나 편의시설은 거기에 다 몰려 있는 것 같았다. 짐이 넘쳐서 비닐봉투에 들고 다녀서 불편했기에 홈플러스에서 타포린백도 사고 할겸 일단 가보기로 했다.
홈플러스에서 필요한 것들을 산 후, 주변 공원이나 형산강을 둘러볼까 했는데 바람이 거의 태풍급으로 엄청나게 불어서 무리였고, 같은 건물의 CGV에서 영화나 한편 보자니 시간이 좀 늦어질 것 같아서 그냥 숙소부터 잡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건강랜드라는 찜질방이 좋아 보였고, 또한 105번 버스를 타면 20분만에 바로 갈 수 있었다.
포항 시내버스는 꽤 시스템이 잘되어 있었다. 버스 색상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연두색,파랑색등으로 나뉘어 있었고, 서울 교통카드도 그대로 사용 가능했고, 언제 도착하는지도 실시간 전광판으로 바로 알 수 있었다.
버스를 타면서 창밖을 구경하였는데, 포항공대(POSTECH)를 지나갔다. 한때는 나름 소싯적 꿈이자 미래였는데, 이제는 이렇게 버스로 잠깐 스쳐지나가는 곳이 되었다. 마치 영화 나비효과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남녀가 서로 모른채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아무튼 버스에서 바라보는 포항공대의 풍경은 한적한 공원같은 느낌이었다.
네이버 지도 앱이 알려준대로 105번 버스를 타고 포스코 교육재단에 내려서 온천포항 건강랜드까지 걸어가는데 걷기에는 살짝 먼 거리었다. 15분 정도? 그래도 날씨도 화창하고, 봄나들이 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걸었다.
건강랜드 찜질방은 매우 큰 건물이었다. 밖에서 보면 리조트 콘도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층수도 여러층인데다가 자리도 널찍하고, 콘센트도 많아서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충전했다.
그리고 맥주 한캔하면서 이 글을 쓴다. 내일은 어디를 갈지 고민중이다.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물회를 먹을까 싶기도 하고, 날씨가 좋으면 형산강 산책을 할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