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뒤집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그리고 인공지능과 초지능에 대한 생각.

올 것이 왔다.
바둑 세계 최강인 이세돌9단을 구글의 딥마인드(Google DeepMind)팀에서 개발한 알파고(AlphaGo)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어제 첫 라운드부터 이기더니 오늘도 연달아 이겨버린 것.
체스와 달리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절대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 또 하나 줄었다.

[구글 딥마인드 생중계 장면(2국). 바둑 해설을 영어로 듣는 것은 또 처음이다. ]

2016-03-09 알파고 vs 이세돌 경기 중계 1차전 (유튜브) / (네이버)
2016-03-10 알파고 vs 이세돌 경기 중계 2차전 (유튜브) / (네이버)
2016-03-12 알파고 vs 이세돌 경기 중계 3차전 (유튜브) / (네이버)
2016-03-13 알파고 vs 이세돌 경기 중계 4차전 (유튜브) / (네이버)
2016-03-15 알파고 vs 이세돌 경기 중계 5차전 (유튜브) / (네이버)

그러고보니 20년쯤 되었던 것 같다. 컴퓨터의 지능이 바둑 5급쯤 된다고 했던 것과, 인공지능(AI)이라는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1990년대 일본기업이 많은 투자를 했다가 실패했다는 기사를 본 것이…

이제 20년이 흘렀으니 세상도 많이 변했고, 나도 아저씨가 되었고, 컴퓨팅 능력도 발전했고 그에 맞게 프로그래밍 능력이라든가 각종 알고리즘 기술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을 터이고, 따라서 프로기사와 컴퓨터가 바둑으로 대결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이미 기계가 사람 얼굴도 인식하고, 목소리도 알아듣는 세상인데, 인간이 기계한테 바둑 졌다고 자존심 상해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자동차가 인간보다 빨라도 우리는 여전히 달리기를 즐기고 마라톤 대회도 열듯이, 음향기기가 발달해도 우리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가수의 라이브공연을 보듯이, 바둑도 체스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서 하나의 즐길 수 있는 취미이자 문화이므로 오히려 바둑에 대한 관심이 더 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래도 오늘 인간과 기계의 대결 결과가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바로 몇달 전에 읽은 아래 글 때문이다.

인공지능 혁명 : 초지능으로 가는 길

The AI Revolution: The Road to Superintelligence

 

윗 글은 영어 원문이고, 한국어 번역본은 여기.
http://blog.naver.com/mankiw5/220642518576

윗 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 인간은 지금, 인공지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기 직전의 단계에 서 있으며, 인공지능이 스스로 계속 발달하여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단계로 가게 되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하찮은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지구상의 여러 고등동물들에게, 그러니까 개,고양이,오랑우탄 같은 동물들에게 경제학이라든가 물리학등 인간의 지식들을 가르칠 수 없듯이, 초지능을 가진 기계의 정신세계는 인간이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면 기계가 반란을 일으켜서 인간을 노예로 만든다거나, 인간과 사랑에 빠진다거나 이런 것들은 기계가 인간과 비슷해 질 것이라고 가정한 인간의 상상력인 것이고, 실제로 우려되는 것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다.

초지능. 인공지능의 기하급수적 발전 그래프.

이제 우리 인류는 또 한걸음 더 내딛었다. 바로 눈앞에 가파른 곡선을 앞둔 채…

사실 우려가 아니라 엄청난 축복일 수도 있다. 지금 인간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정해서 적당히 먹이 주면서 자연을 보호하듯이, 먼 미래에는 인간이 수고할 필요없이 기계가 알아서 야생동물을 포함한 인간까지 같이 보호하면서, 인간들은 인간들 서식지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적당히 식량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바다 속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생명체와 자연환경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그리고 질병극복, 신약개발, 전쟁중재, 범죄근절등등 현 시대의 인간이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들도 뛰어난 지능으로 짧은 시간에 현명하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날 구체적인 일들은 좀 복잡할지 모르겠다.
지금의 ‘야생동물 포획금지법’ 혹은 ‘야생동물 보호법’ 같은 것들은 솔직히 말하면 야생동물 당사자들과는 전혀 협의하지 않았다. 그냥 인간들끼리 적당히 합의해서 만들었다. 만약 이 방식대로 ‘인류보존 규약’같은 것을 인간의 의견은 전혀 묻지 않고, 기계들끼리 합의해서 법률을 만든다면 어떨까? 아무튼 인류를 보호하는 것이니 깔끔하게 오케이굿굿 하게 될까? 어쩌면 미래의 기계들은 사람들보다 똑똑할테니, 인간들의 이런 속마음들까지 잘 헤아려서 거부감없이 일처리를 하게 될까?

그래서, 지금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간과 기계의 바둑 대결은, 인류를 대표한 이세돌9단과 기계를 상징한 구글 딥마인드팀,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문명을 향해 한발짝 더 다가갔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장면 중계

왼쪽에는 유튜브 구글 딥마인드 채널, 오늘쪽에는 한국의 바둑채널(네이버)을 동시에 틀어놓고 보았다. 뭔가 서로 이질적인 느낌인데도 같은 내용을 방송하는 신기한 체험이었다.

아무튼 이번 바둑대결로 점점 더 인공지능에 신뢰가 가게 되었다. 스스로 3000만회의 바둑을 두며 실력을 길러 이세돌에게 승리한 알파고는 인공지능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이제 바둑 그만두고 자동차를 운전하자. 한 1억Km쯤 달리면 F1우승자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실력으로 내 차도 좀 몰아줬으면 한다.

어서 빨리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왔으면 좋겠다. 밤새 술마시다가도 대리운전비나 택시비 할증 걱정없이 언제든지 집앞까지 안전하게 운전해주는 그런거 난 꼭 제발 필요하다. 심지어 차 안에서도 마실 수 있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의 발전속도에 두려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내심 기대가 막 되는 것이 사람 마음 아닐까.

이상,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를 지켜본 한 인간의 상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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