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적절한 시기에 내가 꼭 봐야 할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꼭 읽어야겠다고 먼저 서점을 찾아 나선 것도 아닌데, 그저 집전화인 070홈보이에서 홈도서관이라고 해서 매달 10권씩 무료로 제공하던 책들을 뒤적거리다, 그 10권 중에서 단지 제목이 흥미로워서 먼저 읽기 시작했을 뿐인데, 이렇게 내 삶에 큰 영감을 주게 된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게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심지어 요즘 베스트셀러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 책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도, 아마 이 세상에 나같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무소유’의 미덕은 이미 예전에 법정스님뿐만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개념이었겠지만, 뭔가 특별한 위인들만의 검소함이나 청렴함같은 느낌이었기에 나랑은 거리가 있었던 반면, 이 책의 ‘단샤리(斷捨離)’라는 것은 생활밀착형 컨셉인데다가, 내가 고민했던 점과 공통점이 많아서 완전 마음에 와닿았다.
사실 쓰지도 않는, 그리고 쓰일 일도 없을 것 같은 물건들이 많아서 그동안 계속 고민이긴 했는데, 버리기에는 아깝고 언젠가는 쓰이겠지 이런 마음으로 계속 방치를 해 왔다.
이 책을 읽고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얻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나, 실천하는 방법에 있어서 모두.
책 내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은 영원히 오지 않을 ‘언젠가’를 버려라.
정곡을 찔린 느낌이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버려야 할 물건들이 더욱 명확해졌다.
- 한번 읽은 뒤에는 10년동안 다시 읽은 적 없이 책장에 꽂혀 있는 종이책들
이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들이 많고, 지금도 계속 쏟아지고 있다. 리디북스에도 이미 수백권이 저장되어 있다.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는 아주 희박하다. 저자가 이미 지적했듯이 꽂혀있는 책들을 보고 흐뭇해 하는 짓은 이제 그만하자. 그리고 종이책은 이제 최대한 구입을 자제하고, 앞으로는 되도록 전자책으로 구입하자. 여행 다니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책 읽는 시간보다 책 위의 먼지를 치우는데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의문스럽지만 한 때 열심히 구워둔 영화시디들
사실 그때는 몰랐다. 지금처럼 4K해상도 모니터에 넷플릭스나 비디오포털같은 서비스가 나와서 한달에 5천원이면 수많은 영화들을 고해상도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세상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게다가 그때는 DVD로도 많이 구입했다. 아마존 같은 곳에서 크라이테리온 콜렉션이니 하면서 소장하는 것에 집착했다. 그럼 뭐하나, 그래봐야 DVD화질인데. 요즘 720P로도 잘 안보는 마당에… 만약 그때 그 돈으로 제주도에 땅을 샀으면 지금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되어, 제주 하늘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나른한 오후에는 해변에 나가 파도소리를 들으며 인생을 즐기고 있었겠지. 그리고 저녁에는 인당 1만원씩 받고 손님들과 삼겹살 파티… 아! 역시 인생이란 순간의 선택은 한끗차이지만 결과는 수백 킬로미터다.
- 더 이상 가치가 없지만 버리기도 애매한 오래된 전자제품들과 컴퓨터 주변기기들
MP3플레이어, VHS비디오 재생기, 오래된 핸드폰, 초창기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휴대용 스피커, PS/2용 키보드, 15인치 LCD모니터, 1포트짜리 USB충전기 등등… 아직 작동은 잘 되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없는 물건들. 누군가에게 주자니 그들도 이미 다 가지고 있거나 성능이 약간 부족한 그런 것들. 중고나라나 벼룩시장 같은데 무료로 나누어 주자니 택배 보내기가 번거로운 것들. 아직 멀쩡한데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 때문에 공간만 차지하는 이 물건들 이제는 어떻게 좀 해 보자.
- 필요한 사람 있으면 줘야지라고 생각하며 가지고 있는 잡다한 생활용품들
서랍장,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 빨래 건조대, 기타 주방용품들. 이런 것들도 한번 날잡고 나눔행사 하기로 했다. 안되면 그냥 버리기로…
-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채, 옷장속에 잠들어 있는 옛날 옷들일년에 두세벌 살까말까 하는 옷인데도 지나보면 옷장은 늘 복잡하다. 사실 입는 옷은 늘 정해져 있고, 대부분은 안입는 옷들인데 심지어 몇년째 손도 안댄 채로 그대로 있다. 스무살 무렵 때 열심히 입고 다녔던 옷들은 그때 열심히 입고 다녔으니 이제는 걸레로 쓸거 아니면 과감히 버리자. 그리고 이제 다시 입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버리기는 아깝다고 생각되는 셔츠들. 그러니까 붉은 악마 Be the reds같은 셔츠라든가 메탈리카 같은 팬셔츠들, 그리고 큼지막하게 상표나 브랜드가 찍혀있는 티셔츠들… 이런 것들 역시 처리하자.
아마 내가 죽고 나면 내 후손들이 이거 정리하느라 고생할 것이다. 돌아가신 할머니 유품 정리하느라 내가 많은 시간이 걸렸듯이…
일단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만 이렇게 5종류다. 곰곰이 더 따져보면 버릴 것들은 더 많을 것이다.
인생을 즐겁게 사는데는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나도 이미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는데,
옆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나같은 생각을 많이들 하고 있었고, 이 책의 저자도 그것을 좀 더 체계화해서 책으로 낸 것일테다.
아무튼 나는 이 책에서 ‘용기’와 ‘방법’을 얻었다랄까. 게다가 삶을 바라보는 깊이까지…
과감하게 버리자.
책 저자 사사키 후미오의 예전 집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물건들이 우리의 좁은 집을 더욱 비좁게 만들고 있으며, 인생의 짐마저 되고 있다.
이제는 나도 행동으로 옮길 때가 되었다. 버리고 자유를 얻자.
마지막으로 글 쓴 저자를 비롯한 미니멀리스트의 홈페이지를 소개하고 끝맺을까 한다.
모두 일본어로 되어 있지만, 크롬에서 구글 번역기 옵션을 이용하면 꽤 깔끔하게 볼 수 있다.
저자(사사키 후미오) minimalism.jp
오후미 부부 mount-hayashi.hatenablog.com / minimaltee.hateblo.jp
이토 고타 minimalist-music-produc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