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대한 반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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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에는 재미있는 원리가 있다.
어느 한 세력이 커지면 그에 대한 반발세력이 생긴다는 것과 어느 한 조직이 커지면 그 조직이 세포분열 하듯이 나뉘어 진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견제균형의 원리는 다양한 곳에서 적용된다.

10년 전이었던가.
해외에서 마카레나 라는 춤이 대단히 유행했었다. 그런데 유행이 매우 거세짐과 동시에 ‘마카레나 안티 사이트’가 등장했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도 그 사이트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마카레나가 미치도록 싫은 사람들의 범세계적 연대’였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왜 저런걸 안티까지 하고 그럴까’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사람 사는 곳의 자연스런 이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2006년 6월이다. 때마침 2006독일월드컵이 맞물리는 시기다.
광고에서는 끊임없이 월드컵을 이야기하고 있으며,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서 ‘태극전사 응원’과 같은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여기저기서 월드컵만 이야기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이쯤 되면 월드컵 자체에 대한 반발심이 생길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반대로 평소에는 축구에 관심 없다가 때가 되니 분위기에 편승한다는 비판도 나올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월드컵 보러 집 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습니다‘는 문구가 쓰인 벽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월드컵 스티커
[▲시내 곳곳에 붙어있던 반월드컵 스티커.열정의 중심에서 반대를 외치다를 비롯한 여러 문구가 씌여 있다.]

월드컵때문에 가려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자는 것이 그 목적인데, ‘역겨운‘,’미치광이들‘,’집단광기‘,’야만적인 스포츠‘ 뭐 이런 단어들이 남발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안티 치고는 꽤나 진보되었고 평화롭고 덜감정적이면서도 신사적인 방법으로 보였다.
한국의 월드컵 응원이 훌리건의 등장 없이 신사적으로 발전하면서 그에 대한 견제도 같이 신사적으로 발전하는 것 같다.
길거리 응원하다가 흥분한 나머지,지나가는 사람을 집어 던진다거나 하는 일도 없고, 축구가 싫다하여 축구선수의 집에 불을 지르는 사람도 없다. 어찌되었건 어떤이에게는 즐거운 열기로 생각하는 월드컵이 또다른 이에게는 재앙의 그림자로 느껴진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월드컵이 예비군 훈련 일정을 조정할 정도의 국민적인 축제의 위치이지만, 그 축제에 한명도 빠짐없이 전원 가담해야 한다는 법은 물론 없다. 자기가 싫으면 그만. 아마 월드이 아니라 월드양동이라 하더라도 즐길 사람은 즐길 것이고,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상업성 이벤트도 끊이질 않을 것이고, 또한 그러한 분위기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사실 월드컵은 길어야 한달이고,모든 축제가 그렇듯 결승전과 동시에 그 분위기는 폭삭 가라앉아서,다시 4년후를 기약할 것이다. 이건 월드컵만 그런 것이 아니고,모든 상업적인 이벤트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12월 24일까지는 연인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니 하면서 여기저기 트리장식에,곳곳에서 들려오는 캐롤송에,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지만, 12월 26일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싹 조용해진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와 3월 14일 화이트 데이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에 대한 반발세력도 매년 언제나 꼭 있다.주로 솔로부대원들. 솔로부대에서는 크리스마스의 지나친 상업화를 매년 경계하고 있으며,불우한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매년 이야기하고 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도 발렌타인 데이도 나에게 필요하면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이고,그렇지 않으면 그냥 집에서 잠이나 자면 된다. 분위기에 편승할 것인지,무관심할 것인지,분위기에 역류할 것인지는 내 스스로 결정할 문제.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2006독일월드컵에 대하여 생각해본 결과, 일단 돈들 일이 없고,나름대로 재미도 있고,이런 축제 분위기는 4년에 한번밖에 없으므로 분위기에 편승하는 쪽으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2번째 경기부터는 계속 새벽4시이므로,한국팀의 결과에 따라 그냥 잘 것인지 안자고 볼것인지 유동적으로 판단하기로 하였다.

생각해 보니 이 글도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해서 쓴 글이다.

2006-07-29추가
월드컵 열기에 제대로 반대해 보기도 전에 16강 탈락으로 분위기는 폭삭 가라앉은지 오래되었고, 이탈리아가 우승한지도 몇주가 지났고,지단의 박치기 역시 추억속으로 사라져 가려는 이 시점에 늦게나마 반월드컵 스티커를 찾았기에,짤방을 추가하였다.
반월드컵운동은 그냥 단순한 반발심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솔로부대의 안티크리스마스나 마까레나 춤을 그저 혐오했던 안티마카레나(Anti-Macarena)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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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요약]
1.한국에서는 월드컵에 대한 응원도 견제도 모두 신사적이다.
2.나는 월드컵을 돈안들면서도 즐거운 축제라고 생각하며,따라서 이번 2006독일월드컵의 분위기에 편승하기로 결정하였으나,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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