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자고 있는 도중에 스마트폰이 계속 급하게 울리길래 뭔가 했더니 긴급재난문자였다. 방해금지 모드를 켜두었는데도 울리는 걸로 보아 긴급재난문자는 적용이 안되는 것 같다. 게다가 한번 울리고 마는 일반 문자(SMS)와는 달리 긴급재난문자는 사용자가 직접 끌 때까지 계속 울린다. 마치 기상 알람처럼 말이다.
긴급재난 이유는 ‘미세먼지’였다. 언제부터 미세먼지가 긴급한 재난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도대체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이길래라는 호기심도 들었다.
그런데 그날 막상 집에만 있다보니 미세먼지는 딱히 느끼지도 못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오늘 자고 있는데 또 긴급재난문자가 왔다.
이번에는 ‘건조 경보’다. 이제는 날씨가 건조하다고 긴급하게 문자를 보냈다. 이 정도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이 영하20도가 되면 ‘한파주의’라고 또 긴급 문자를 보낼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긴급재난 문자를 공지사항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안전을 생각하는 것은 좋은데 굳이 긴급 채널을 이렇게 자주 남발하다 보면 막상 긴급한 상황에서는 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몸이 아프다고 매번 119 응급 구조차를 부르는 느낌이랄까. 그냥 택시타고 병원에 가도 될 상황에서 말이다.
미국 하와이처럼 미사일이 날아오고 그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진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긴급한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핵폭발은 물론이거니와 화산폭발도 충분히 긴급한 재난이다. 지금 하던 일을 당장 멈추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조치를 취하거나 피신을 해야 하는 것들은 전부 다 긴급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태풍은 아니다. 태풍 오는 것 정도는 몇시간 전에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이렇게 공지사항 같은 긴급알람을 받느라 계속 잠에서 깨느니 그냥 재난을 당하는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서 일단 긴급재난문자 알람 설정은 꺼두었다. 긴급재난문자 못받아서 죽을 확률보다 긴급재난문자 받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수명이 짧아질 확률이 훨씬 더 높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