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특히 불멍… 이렇게 추운 겨울밤 지글지글 거리는 모닥불이나 양키캔들 같은 향초를 켜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면 세상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 물론 원래도 딱히 큰 근심걱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만…
멍때리기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위에서 말한 불멍(모닥불,숯불,촛불(캔들) 등을 바라보며 멍때리기), 물멍(어항 속의 물고기를 바라보며 멍때리기)이 대표적이다. 거기다가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멍때리는 바다멍도 자주 한다.
바다멍(혹은 해멍)의 경우 직접 해변에 가서 많이 하기도 했지만, 유튜브에 돌아다니다 보면 2시간동안 오직 바다 모습과 파도치는 소리만 들려주는 동영상이 많다. 영어로 Chill out on the beach라고 검색하면 전세계 바닷가들이 무수하게 나타난다. 심지어 해상도 4K짜리 동영상도 수두룩하다. 이쯤되면 더운 여름에 비행기타고 돈들여서 타국 멀리까지 가서 고생하는 것보다 그냥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조용한 방안에 누워서 맥주나 마시며 치킨이나 뜯으며 4K모니터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저렴하고 편안하게 힐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며칠 전에 유튜브 돌아다니다가 NASA LIVE라는 제목으로 ISS 우주정거장에서 동영상을 실시간 생중계 하는 것을 보았다. 제목은 NASA LIVE: 👽🌎 “EARTH FROM SPACE” ♥ #LiveStream #SpaceTalk (2017) HDVR | Subscribe now!
그냥 뭔가 싶어서 호기심에 클릭했는데, 잔잔한 음악과 함께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니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게 넋놓고 멍하게 아무 생각없이 지구를 바라보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가 버렸고 마음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저 밑의 파란 지구 속에서 북적거리며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칼세이건(Carl Sagan)의 ‘희미한 푸른 점(Blue Pale Dot)‘ 나레이션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문득 이것도 멍때리기의 일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멍 혹은 지구멍 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은 금주 중인 상황이라 술은 못 마시지만 다음부터는 맥주 한캔과 치킨 반마리 시켜놓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멍때리고 싶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모니터앞에서 멍때리기를 하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Ambient Music, Lo-Fi, Chill Out, Meditation 등의 기본 키워드에다 Beach, City, Space, Forest, Rain, Fireplace 같은 부가적인 키워드를 조합해서 검색해보면 취향에 따라 본격적으로 입멍 할 수 있다. 유튜브에 이런 동영상들이 엄청나게 많다.
아무튼 ‘우주멍’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깨닫게 되었다. 삶의 즐거움이 또 하나 늘었다.